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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6-10-03 19:02
추석선물/멋이 있는 글들입니다
 글쓴이 : juliana
조회 : 9,500  


    그대 생의 솔숲에서 나도 봄산에서는 나를 버릴 수 있으리 솔이파리들이 가만히 이 세상에 내리고 상수리나무 묵은 잎은 저만큼 지네 봄이 오는 이 숲에서는 지난날들을 가만히 내려놓아도 좋으리 그러면 지나온 날들처럼 남은 생도 벅차리 봄이 오는 이 솔숲에서 무엇을 내 손에 쥐고 무엇을 내 마음 가장자리에 잡아두리 솔숲 끝으로 해맑은 햇살이 찾아오고 박새들은 솔가지에서 솔가지로 가벼이 내리네 삶의 근심과 고단함에서 돌아와 거니는 숲이여 거기 이는 바람이여, 찬 서리 내린 실가지 끝에서 눈뜨리 눈을 뜨리 그대는 저 수많은 새 잎사귀들처럼 푸르른 눈을 뜨리 그대 생의 이 고요한 솔숲에서
    방창(方暢) 산 벚꽃 흐드러진 저 산에 들어가 꼭꼭 숨어 한 살림 차려 미치게 살다가 푸르름 다 가고 빈 삭정이 되면 하얀 눈 되어 그 산 위에 흩날리고 싶었네

    서시 세월이 가면 길가에 피어나는 꽃 따라 나도 피어나고 바람이 불면 바람에 흔들릴라요 세월이 가면 길가에 지는 꽃 따라 나도 질라요 강물은 흐르고 물처럼 가버린 그 흔한 세월 내 지나 온 자리 뒤돌아다보면 고운 바람결에 꽃 피고 지는 아름다운 강 길에서 많이도 살았다 많이도 살았다 바람에 흔들리며 강물이 모르게 가만히 강물에 떨어져 나는 갈라요
      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 이별은 손 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 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 데서 피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 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산(山) 강물을 따라 걸을 때 강물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흐르는 거야 너도 나처럼 흘러봐 하얗게 피어 있는 억새 곁을 지날 때 억새는 이렇게 말했네 너도 나처럼 이렇게 흔들려봐 인생은 이렇게 흔들리는 거야… 하늘에 떠 있는구름 아래를 지날 때 구름은 나를 불러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별 게 아니야 이렇게 허공을 떠도는 거야 너도 이렇게 정처 없이 떠돌아봐 내 평생 산 곁을 지나다녔다네 산은 말이 없네 산은 지금까지 내게 한마디 말이 없었네.
      섬진강 1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뜰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준다 흐르다 흐르다 목메이면 영산강으로 가는 물줄기를 불러 뼈 으스러지게 그리워 얼싸안고 지리산 뭉툭한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섬진강물이 어디 몇 놈이 달려들어 퍼낸다고 마를 강물이더냐고 지리산이 저문 강물에 얼굴을 씻고 일어서서 껄껄 웃으며 무등산을 보며 그렇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노을 띈 무등산이 그렇다고 훤한 이마 끄덕이는 고갯짓을 바라보며 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자
      “꽃 흐드러진 저 산에 미치도록 살고싶네”에서 /섬진강 시인 김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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