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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06-21 12:20
 조회 : 6,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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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너’보다 따뜻한 말 - ‘우리’
대한민국 사람은 ‘우리’라는 말을 잘 쓴다. ‘내 나라’, ‘내 가족’이라고 말하기보다, ‘우리나라’, ‘우리 가족’이라고 말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우 리’라는 말, ‘나’와 ‘너’의 통합. 자신과 타인을 구별하고 배척하는 것이 아닌, 공통분모를 통해 하나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말. 그렇기에 별 의식 없이 표현하는 ‘우리’라는 말은 무언가 모를 포근함과 편안함, 따뜻한 정(情)이 묻어나는 아름다운 표현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 정다운 공동체인 ‘우리’는 거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쨌든 서로 다른 ‘나’와 ‘너’의 만남이기에 하나가 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부드러운 대화와 양보 등을 통해서 나눔과 공감이 형성될 때도 있지만, 어떨 때는 자신의 고집과 타인을 수용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인해 위태로운 광경이 연출될 때도 있다.
‘우리’가 되는 과정은 마치 날씨의 변화처럼,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리는 가운데 느끼던 불안한 마음이, 먹구름이 몰려가고 햇살이 따사로이 빛나면 화창해지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기쁨과 슬픔, 위로와 격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본의 아니게 만나게 되는 상처가 함께 공존하면서 ‘우리’는 더욱 깊어지는 관계로 변하고 있음을 어느 순간 발견하게 된다.
오늘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을 보내며 갈라진 우리의 형제들을 특별히 기억해 보았으면 한다. 오랫동안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다 보니, 같은 민족이지만 점점 더 이질감만 깊게 형성되어가는 모습은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만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갈라진 형제들도 ‘우리’ 민족이라는 사실이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그들 역시 시간이 흐르고 지금 놓인 문제가 해결이 된다면 ‘우리’가 될 수 있는 자격이 충분할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이 땅에 사는 ‘우리’가 갈라진 또 다른 ‘우리’ 민족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고, 그 해법을 오늘 제 2독서에서 찾고 싶다. “(여러분은) 서로 너그럽고 자비롭게 대하고, 사랑 안에서 살아가십시오.”
특별히 미묘한 사안일 수도 있는 남과 북의 문제에서 우리가 오늘만은 편견과 오해, 적개심을 버리고, 한 민족이라는 차원에서 살펴보았으면 한다. 지금은 비록 여러 가지 이유로 갈라져 있지만 언젠가는 하나가 될 ‘우리’이기에, 하나의 우리가 되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면 우리가 바라는 평화로운 남과 북의 통일도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다.” 오늘 우리 민족의 진정한 번영과 평화를 위해 우리의 순수하고 진심어린 마음을 하느님께 올려보기를 청해본다. 진정한 ‘우리’가 함께 기뻐할 수 있는 그날을 위해서.
이승준(아우구스티노) 신부 미리내성당 보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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