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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7-19 12:59
공의회문헌 풀어보기 - 전례헌장 해설(7)
 글쓴이 : Stephanos
조회 : 11,135  

전례헌장 제5장은 전례주년을 다룬다(102~111항). 먼저 전례주년의 의미를 밝힌 다음 전례주년의 개정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제시면서 이를 특별히 사순시기와 성인들의 축일과 관련지어 설명한다.
전례주년이란 인류 구원의 역사를 한 해를 주기로 하여 거룩한 전례를 통해 기념하고 경축하는 것이다. 그래서 구세주의 강생과 성탄에서부터 수난과 부활, 승천과 성령 강림에 이르기까지, 또 복된 희망을 품고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대림시기까지 그리스도의 신비 전체가 전례주년 안에서 펼쳐진다.
교회가 이렇게 전례주년을 만들어 구원 신비를 기억하고 기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헌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주님의 풍요로운 힘과 공로가 모든 시기에 어떻게든 현존하도록 그 보고를 신자들에게 열어, 신자들이 거기에 다가가 구원의 은총으로 충만해지도록 한다”(102항). 전례주년에 따라 주님께서 이루신 구원의 신비를 거룩한 전례로 경축하는 것은 단지 과거의 구원 업적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구원의 은총이 전례 안에서 신자들에게 전해지도록 함으로써 신자들이 구원의 은총을 충만히 받아 자신의 성화와 인류 구원에 이바지할 힘을 얻도록 하는 것이다.
또 교회는 전례주년을 통해서 그리스도의 구원 신비만을 경축하는 것이 아니다. 전례주년에는 성모 마리아와 관련된 축일도 포함된다. 헌장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그리스도 신비의 이 연례 주기를 지내는 동안 거룩한 교회는 당신 아드님의 구원 활동과 풀릴 수 없는 유대로 결합되어 있는 천주의 복되신 성모 마리아를 특별한 사랑으로 공경한다”(103항).
나아가 교회는 순교자들과 다른 성인들도 전례주년에 넣어 기념한다. 헌장은 “성인들은 이미 영원한 구원을 얻어 천상에서 하느님과 완전한 찬미를 드리며 우리를 위하여 전구하고 있다”면서 성인 축일을 기념하는 의미를 세 가지로 제시한다. △성인들의 탄일에 교회는 그리스도와 함께 고통을 받고 함께 영광을 받은 성인들 안에서 파스카 신비를 선포하고 △모든 사람을 그리스도를 통해 하느님 아버지께 인도하는 그들의 모범을 신자들에게 보여 주며 △그들의 공로로 하느님의 은혜를 간청하여 받는다(104항).
전례주년에는 이 밖에도 특별한 시기들이 포함된다. “주년의 여러 시기에 전통적인 규율을 따라, 교회는 영혼과 육신의 경건한 훈련, 교화, 기도, 보속과 자선 활동을 통하여 신자들의 교육을 완수한다.”(105항)

 

주일은 “최초의 근원적 축일”
전례주년의 의미와 성격 등을 이렇게 설명한 후 공의회 교부들은 특별히 주일의 의미에 대해 강조한다. 주일은 주님의 날이다. 성경에서 안식일 다음 날이자 주간 첫날이라고 부르는 이 날은 주님께서 부활하신 날이다(마태 28,1 이하 참조). 이 날은 파스카 신비-주님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의 신비-가 완성된 날이다. 그래서 교회는 사도 시대 때부터 여덟째 날마다 이 파스카 신비를 경축했다.
이 전승을 받아들여 공의회 교부들은 이렇게 결정한다. “이 날에 그리스도 신자들은 함께 모여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성찬례에 참여하고, 주님이신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과 영광을 기념하며, ‘우리를 다시 낳아 주시고 예수 그리스도를 죽은 자들 가운데서 다시 살리심으로써 우리에게 산 희망을 안겨 주신’(1베드 1,3) 하느님께 감사를 드려야 한다.”(106항) 주일은 그래서 “최초의 근원적 축일”이다. 교회가 가톨릭 신앙에 입문하려는 예비신자 때부터 주일 미사 참여를 강조하고 당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아가 헌장은 “신자들의 신심을 일깨워 주는 주일은 또한 즐거움과 휴식의 날이 되도록 강조하여야 한다”면서 “참으로 매우 중요한 것이 아니면 다른 행사를 결코 주일에 앞세우지 말아야 한다”고 언명한다. “주일은 전례주년 전체의 토대이며 핵심이기 때문이다.”(106항)

 

세례 요소들이 사순시기 전례에 더욱 풍부히 활용돼야
헌장은 이어 전례주년 개정과 관련해서 유념해야 할 사항들을 제시한다. 우선, 전례주년을 재검토해서 전통적인 관습과 규율을 우리 시대의 상황에 맞게 보존하거나 복구해야겠지만, 파스카 신비를 거행하면서 신자들의 신심을 배양하도록 하려면 전례의 본질적 특성을 유지해야 한다(107항).
다음으로, 신자들은 주년을 통하여 구원의 신비들을 경축하는 주님의 축일들을 먼저 지향해야 한다. 그래서 주님의 구원 신비들을 기념하는 “고유 시기가 성인들의 축일 위에서 적절한 자리를 차지하여, 구원 신비의 완전한 주기가 마땅한 방법으로 기억되도록 하여야 한다.”(108항)  말하자면, 신자들이 특정한 성인들에 대해 깊은 신심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그 성인들의 축일을 주님의 구원 신비를 기념하는 축일보다 우위에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셋째로, 헌장은 사순시기에 대해 특별히 할애한다. 사순시기는 세례의 기억 또는 세례의 준비를 통해, 또 참회를 통해 신자들이 더 열심히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기도에 전념하며 파스카 신비의 경축을 준비하는 시기다. 따라서 사순시기에는 세례의 기억 또는 준비와 참회라는 두 가지 성격이 분명히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세례의 요소들이 사순시기 전례에 더욱 풍부히 활용되도록 해야 한다. 참회와 관련해서는 “죄의 사회적 결과와 함께, 죄는 하느님께 대한 모욕이므로 이를 멀리하여야 한다는 참회의 저 고유한 본질을 신자들의 마음에 박아 주어야 한다.”(109항)
공의회 교부들은 나아가 “사순시기의 참회는 오로지 내적이고 개인적인 것만이 아니라 외적이고 사회적인 참회가 되어야 한다”(110항)고 강조한다. 성금요일의 금식재는 “어디에서나 지켜야 하며 필요에 따라 성 토요일까지 연장해서 드높고 열린 마음으로 주님 부활의 기쁨에 이르러야 한다”(110항)고 제시한다.
넷째는 성인들의 축일에 관한 것이다. 헌장은 성인들에 대한 공경은 물론 그들의 유해와 성화상도 존중하는 것이 교회의 전통이라고 밝힌다. 그러나 앞에서 잠시 살펴봤듯이, 성인들의 축일은 △구원의 신비 자체를 기억하는 축일보다 앞서지 않도록 하고 △이 가운데 많은 축일은 개별 교회나 국가나 수도회에서만 거행하도록 남겨두고 △참으로 보편적인 중요성을 지닌 성인들을 기념하는 축일들만 보편 교회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언명한다.
전례헌장에서 제시하고 있는 이런 가르침을 바탕으로 보편교회는 전례주년 개정 작업에 착수해 ‘전례주년과 전례력에 관한 일반 규범’과 새로운 보편 전례력을 마련했고, 바오로 6세 교황은 1969년 2월 이를 승인하는 자의교서를 발표했다. 오늘날 한국 천주교회에서 사용하는 전례력(교회 달력)과 매일 축일표는 이에 따른 것이다.
세례를 받은 지 50년 이상 된 신자들에게는 세례 받았을 당시의 본명(영명) 축일 날짜와 지금 지내는 축일 날짜가 다른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전례헌장의 전례주년 개정에 따라 새로 만든 보편 교회력에서 이전의 축일을 옮긴 데 따른 것이다. 또 예전에는 사순시기를 재의 수요일부터 성주간 성토요일까지로 지냈으나, 전례주년의 개정 이후 성 목요일 주님 만찬 미사부터 예수 부활 대축일까지를 파스카 성삼일로 연중 가장 중요하게 지내면서, 재의 수요일부터 주님 만찬 미사 직전까지를 사순시기로 지낸다. 사순시기는 파스카 신비의 경축을 준비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글 / 이창훈 알폰소 평화신문 편집국장

 

[출처]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6년 4월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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