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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4-07-27 00:00
 조회 : 9,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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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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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DY leftMargin=8 topMargin=4>
<P>< 우리집 빌리 이야기 ></P>
<P> </P>
<P>집 앞을 흐르는 炭川邊은 물길을 거스르며 부는 바람이 있어</P>
<P>요즘 같이 열대야로 무더운 밤이면</P>
<P>집사람과 이런저런 지난 이야기를 하며 거닐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이다</P>
<P>걷다보면 자전거를 타는 사람,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사람, 조깅을 하는 사람</P>
<P>다양한류의 사람들을 보게 된다</P>
<P>특히,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P>
<P>그러다 보니 개를 찾아주면 후사한다는 쪽지도 간혹 보인다.</P>
<P><BR>아버지께서 무척 개를 좋아 하셨는지</P>
<P>어린 시절 기억에는 항상 나와 놀아주는 개가 있었다</P>
<P>산에서 밤을 따거나, 냇가에서 고기를 잡을 때면</P>
<P>따라와 주위에서 놀곤 했던 누렁이의 기억이 눈에 선하다</P>
<P>요즘 도시에서 기르는 개처럼 명품도 아니고, 품종이 분명 한 것도 아니지만,</P>
<P>묶거나 가두어 놓지 않아도 집을 잃어버리거나 하지 않았다.</P>
<P>집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다른 개들과 어울려 놀고있는 누렁이를 볼 때도 있었지만,</P>
<P>언제든지 나를 보기만 하면 달려와서는 손을 핥고는 했었다</P>
<P> </P>
<P>어릴 적 기억 때문인지 개는 집밖에서 키우는 거라는 생각을 은연중 가지고 있었기에</P>
<P>단독주택이 아닌 아파트에 살면서 개를 기른다는 생각을 안 해 봤는데</P>
<P>지금은 군에 있는 아들과의 약속 덕에 (고 2때 개를 사준다는 약속)<BR>아파트에서 작은 애완용 개를 키우고 있는데 이름이
빌리다.</P>
<P>시츄인데 먹성도 좋고 성격이 활발해서 집 식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산다</P>
<P> </P>
<P>빌리가 우리 집에 온지 4년째가 되던 작년 초에 집을 이사했는데</P>
<P>웬일인지 자꾸 문이나 벽에 부딪치고, 우울증에 걸린 것처럼 움츠리는 것이 이상해서</P>
<P>동물병원을 찾았더니 빌리의 눈이 거의 안 보인다는 것이었다</P>
<P>빌리를 가장 애지중지하던 딸아이가 여러 곳의 동물병원을 다녀보았지만</P>
<P>빌리의 눈을 치료할 수 있는 곳은 없었고, </P>
<P>혹시 하고 기대를 걸며 서울대부설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해보았으나,</P>
<P>한달 정도 지나 실명되었다는 진단을 받았다</P>
<P> </P>
<P>失明을 해버린 것이다.</P>
<P>물론 실명의 징후는 미리부터 보였을 것이나</P>
<P>전에 살던 집의 구조에 익숙해 있던 빌리의 행동에서 우리 가족은</P>
<P>이상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치료시기를 넘겨 버렸던 것이다.</P>
<P> </P>
<P>빌리는 실명한 후 한동안은 불러도, 밥을 주어도 몸을 움직이지 않았고</P>
<P>만사가 귀찮고 두려운 듯 거실탁자 밑에 웅크리고 있었다.</P>
<P>몇 일 사이에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P>
<P>몸의 살도 빠지고 보들보들하던 털의 윤기도 빠져 버려 몰골이 참담했다.</P>
<P> </P>
<P>그런 빌리를 아파트 앞 잔디에 내려놓고 잘게 쓴 고기를 주며, 한참을 얼르니</P>
<P>몸을 조금씩 움직이며 먹을 것을 더 달란다</P>
<P>맘 고생에다 몇 끼를 못 먹었으니 몹시 허기가 졌는지 잘도 먹는다.</P>
<P>조금이지만 산책도 했다 녀석은 불안한 듯 내 발뒤꿈치에 바짝 붙어 몸을 움직였다</P>
<P>몸이 천냥이면 눈이 구백냥이라 한다</P>
<P>하지만 동물에게 시각장애는 치명적이다. 야생이라면 죽음과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P>
<P>그렇지만 빌리는 나름대로 실명을 극복하고 다시 명랑함을 찾기 시작했다.</P>
<P>덕분에 빌리에 대한 가족들의 고민도 많이 덜어졌다</P>
<P> </P>
<P>내가 만약 실명과 같은 어려움에 직면했다면</P>
<P> 마음을 추스려 방향을 잡고 바로 일어설 수 있을까 하고 생각을 해봤다</P>
<P>어려움 속에서 마음을 다스린다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P>
<P>이를 극복하고 떨쳐 일어날 수 있어야 한다는 걸, </P>
<P>나 자신과 가족의 행복이 거기 달려 있다는 걸 </P>
<P>기운을 되 찾아가는 빌리를 보면서 생각해 본다</P>
<P> </P>
<P>몇 일 동안 집안 이곳 저곳을 쿵쿵거리며 조심스런 걸음으로 다니더니 </P>
<P>각방에 배인 냄새와 방향을 기억하였는지</P>
<P>지금 빌리는 집안에서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은 지장 없이 다니며,</P>
<P>문이나 벽에 부딪치지도 않는다.</P>
<P>우리 집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P>
<P>거실에 있다가 현관문으로 달려가 주인을 반기는 빌리의 행동을 보고 </P>
<P>빌리가 실명했다고 생각하지 못한다.</P>
<P>참 조용하고 조심성이 많다고 말한다.</P>
<P> </P>
<P>아내가 빌리의 실명을 보는 방향은 조금 특이하다</P>
<P>작년 초에 집을 이사하고는 우환거리도 다 해소되었고, 가족이 좀더 화목해 졌는데 </P>
<P>빌리의 실명은 너무 좋아하지 말고 남의 아픔을 알라는 경고라는 것이고.</P>
<P>또 한가지는 군에 입대했던 아들이 얼마 전 휴가를 나왔는데 </P>
<P>아내는 오래되서 기억을 못하리라 생각한 빌리가 아들애를 얼마나 반가워하는지</P>
<P>아내가 불러도 들은 척도 안 하더라는 말을 </P>
<P>이 사람 저 사람에게 아마 여러 번 했지 싶다.</P>
<P>好事多魔라고 빌리가 우리 집 액땜용이라는 건지 복 덩이라는 건지</P>
<P>아들이 와서 좋았다는 표현을 그리한 건지 빌리의 기억력이 좋다는 건지 헷갈리지만</P>
<P>어째든 빌리는 다시 집안사람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있다</P>
<P> </P>
<P>요즘 빌리는 하루에 한번씩 탄천변에 있는 잔디밭에 나가 딸애와 함께 산책을 한다.</P>
<P>산책 할 때 다른 개들은 끈을 풀러줘야 좋아 하지만, </P>
<P>빌리는 끈이 풀리면 불안해하고 끈을 잡고 있는 주인을 느껴야 안심한다</P>
<P>빌리는 이제 완전히 건강을 회복했다.</P>
<P>털도 윤기가 다시 흐르고 보이지 않는 생활에도 적응을 했다.</P>
<P>가족이 외출하면 아파트 현관에 앉아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다.</P>
<P>녀석은 지금 집을 잘 지키고
있다.
(2004. 7. 26)</P>
</BO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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