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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3-03-05 00:00
 조회 : 8,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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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 옛날 하느님께서 노아 홍수 때 40주야 동안 폭우를 내려 죄악으로 더럽혀진 세상을 쓸어버리시고 새로운 세상을 이룩하셨다는 사실을 기억합니다.
또한 시나이 산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느님의 선민으로 계약을 맺고 하느님의 백성으로 지켜야 할 십계명판을 받기 전 모세가 40주야를 단식과 기도 속에 지냈다는 사실 역시 기억하고 있습니다.
성자 예수님께서도 인류 구원의 복음을 전하시기 전 40주야를 광야에서 기도와 단식 속에서 준비하셨다는 사실을 되새겨 볼 때, 이제 우리 앞에 놓여져 있고 또한 성교회가 권하는 사순절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 앞에 놓여진 사순절이란, 전례적인 의미에서 볼 때 우리의 구원을 위하여 그리스도께서 당하신 수난과 죽음과 그에 따른 영광스러운 부활의 기쁨을 되새기며 그리스도의 영광에 참여하기 전에 그의 수난에 우리도 참여하는 시기입니다.
그리스도를 죽음으로 몰았던 우리의 죄, 그 죄에 대한 대가를 조금이나마 지불하고자 노력하며 우리의 삶과 존재를 하느님께로 돌리는 회개와 보속의 시기인 것입니다.
사순절이 시작되는 오늘,
교회는 ‘재의 예절’을 거행합니다.
이 예절은 사순절에 우리가 가져야 할 생활 자세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즉 회개와 보속, 죽음과 겸손 등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첫째로, 재를 머리에 얹는 것은 욥기 42장 6절에 “티끌과 잿더미에 앉아 뉘우칩니다”라고 욥이 기도한 것처럼 회개와 보속의 표시입니다.
마태오 11장 21절에서 예수님께서도 재를 회개와 보속의 상징으로 말씀하셨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교회 전례가 재의 수요일에 신자들에게 머리 위에 재를 얹으며 기도하게 하는 것은 신자들로 하여금 회개와 보속을 하도록 권장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신자들이 이 재를 받는 것은 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우리 죄로 인한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및 부활에 참여하기 위하여 자신을 다시 돌아보며 보속하겠다는 약속의 표시이기도 한 것입니다.
둘째로, 재의 예절은 우리 자신이 장차 당할 죽음을 미리 묵상하게 합니다.
즉 사제는 신자들의 머리에 재를 얹으면서 “사람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생각하시오”라고 하는데 이 말마디를 통하여 재를 겸손 하게 받아들이는 이들로 하여금 죽음을 생각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모든 사람들에게 현세적인 삶의 종착점인 죽음을 일깨워 줌으로써 현실과 자기중심적인 생활로부터 하느님 앞에서의 회개와 내를 필요로 하는 이웃들에 대한 선행의 실천으로 돌아서게 하는 데 있는 것입니다.
죽음의 의미를 진정으로 알아듣고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은 살아 있는 동안 참으로 어떤 사람으로 살고 어떠한 죽음을 맞을 것인가를 깨닫게 되고 하느님과 이웃 사랑의 의미를 알아 실천하게 되는 것입니다.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겸허해지게 마련입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받고 허무하게 만드는 죽음은 좌절과 허무, 두려움 속에 하느님만이 자신의 모든 것이 되어 주시기를 갈정히 바라는 마음이 생기게 합니다.
셋째로, ‘재’는 그 자체가 일러주듯이 지금의 모든 것이 허무로 돌아가 제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하는 한줌의 흙을 뜻합니다.
그러한 재를 우리 자신의 교만과 명예의 자리인 머리에 얹음으로써 인생의 무상함과 자신의 나약함을 깨닫고 겸손하라고, 하느님과 죽음 앞에 자신의 본 모습을 찾으라고 가르쳐 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겸손함 없이는 사순절의 근본정신인 회개와 보속의 실천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루가 복음 15장에서 말씀하고 계시는 탕자의 비유에서 우리는 두 아들의 상반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아버지를 떠나 방탕한 생활을 하던 동생은 비행과 지난날의 과오를 진심으로 뉘우치고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옵니다.
그러나 형은 오랫동안 충성과 효성을 던져버리고 아버지에게서 떨어져 나가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형의 태도가 이렇게 돌변한 까닭은 스스로 생각하고 자부하고 있는 효성과 충실이라는 타성 속에서 독선과 교만이 고개를 쳐들었기 때문입니다.
“저에게는 친구들과 즐기라고 염소새끼 한 마리 주지 않으시더니··· 동생이 돌아오니까 그 아이를 위해서는 살진 송아지까지 잡아 주시다니요”하는 독선과 교만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러기에 자기를 잘 살펴 참회하는 이는 겸손해질 수 있지만 자기를 살필 줄 모르는 이는 독선과 교만에 빠지게 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오늘 재의 예식을 통해 자신의 독선과 교만을 버리고 주님 앞에 참다운 겸손이 무엇인가를 배우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교회는 이 시기 동안 회개하여 자신의 모습을 하느님 앞에 새롭게 가지라고 권고하면서 자신이 현세적으로 좋아하는 것을 억제하는 극기와 동시에 가난하고 불우한 이웃에게 선행을 배풀기를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습니다.
자기 집착에서 벗어나 다른 이들에게 마음을 돌리라는 것입니다.
무관심이 아닌 착한 사마리아 사람처럼 이웃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그리스도를 닮는 생활을 하라는 것입니다.
또한 사순절은 그 어느 때보다도 기도를 많이 하여 은총을 받고자 마음을 모으는 때이며 벅찬 희망을 안고 예수님 부활의 영광을 얻기 위해 속죄하는 시기입니다.
우리는 이 시기 동안 하느님 말씀대로 진정 삐뚤어진 우리 마음을 찢으며 하느님과 이웃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 줄 아는 신앙인이 되기로 다짐해야 하겠습니다.
-대화후광 신부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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