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터 > 나눔방

 
작성일 : 15-03-16 16:39
봄맞이 시 모음
 글쓴이 : 하늘빛
조회 : 17,882  

    g8003.jpg

     

    <봄맞이 시 모음> 노천명의 '봄의 서곡' 외

    + 봄의 서곡

    누가 오는데 이처럼들 부산스러운가요
    목수는 널판지를 재며 콧노래를 부르고
    하나같이 가로수들은 초록빛
    새 옷들을 받아들었습니다

    선량한 친구들이 거리로 거리로 쏟아집니다
    여자들은 왜 이렇게 더 야단입니까
    나는 鋪道에서 현기증이 납니다
    삼월의 햇볕 아래 모든 이지러졌던 것들이
    솟아오릅니다

    보리는 그 윤나는 머리를 풀어 헤쳤습니다
    바람이 마음대로 붙잡고 속삭입니다
    어디서 종다리 한 놈 포루루 떠오르지 않나요
    꺼어먼 살구남기에 곧
    올연한 분홍 베일이 씌워질까 봅니다
    (노천명·시인, 1912-1957)


    + 봄

    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
    돌, 돌, 시내 가차운 언덕에
    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

    삼동(三冬)을 참아 온 나는
    풀포기처럼 피어난다.

    즐거운 종달새야
    어느 이랑에서나 즐거웁게 솟쳐라.

    푸르른 하늘은
    아른아른 높기도 한데……
    (윤동주·시인, 1917-1945)


    + 봄을 위하여    

    겨울만 되면
    나는 언제나
    봄을 기다리며 산다.
    입춘도 지났으니
    이젠 봄기운이 화사하다.

    영국의 시인 바이런도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다'고 했는데
    내가 어찌 이 말을 잊으랴?

    봄이 오면
    생기가 돋아나고
    기운이 찬다.

    봄이여 빨리 오라.
    (천상병·시인, 1930-1993)


    + 無言으로 오는 봄

    뭐라고 말을 한다는 것은
    천지신명天地神明께 쑥스럽지 않느냐
    참된 것은 그저 묵묵히 있을 뿐
    호들갑이라고는 전연 없네
    말을 잘함으로써 우선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그 무지무지한
    추위를 넘기고
    사방에 봄빛이 깔리고 있는데
    할 말이 가장 많은 듯한
    그것을 그냥
    눈부시게 아름답게만 치르는
    이 엄청난 비밀을
    곰곰이 느껴보게나
    (박재삼·시인, 1933-1997)


    + 봄

    불타버린 낙산사에서 나도 모르게 미소 지으며
    기념사진을 찍다가
    이렇게 웃어도 되는가?

    날이 저물어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연둣빛 촉을 틔운 봄이
    낙산사를 품고 있었던 것이다

    바늘구멍을 통과한 낙타가 쉬는 것처럼
    편안한 얼굴

    나는 그 모습이 좋아
    폐허의 낙산사에서 미소 지으며 기념사진을 찍었던 것이다.
    (맹문재·시인, 1963-)


    + 봄 일기

    봄이 일어서니
    내 마음도
    기쁘게 일어서야지
    나도 어서
    희망이 되어야지

    누군가에게 다가가
    봄이 되려면
    내가 먼저
    봄이 되어야지

    그렇구나
    그렇구나
    마음이 흐르는
    시냇물 소리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봄맞이

    바람이
    들판으로
    봄 마중 갔다.

    흙 묻은
    비닐 조각 병 조각
    널려 있다.

    새싹이랑
    겨울잠 깬 친구들
    터억 막고 있다.

    아차,
    봄맞이 들판 대청소를
    깜빡했다.
    (추필숙·시인)


    + 매화와 산수유 입술 터졌다
      
    처마 밑 고드름 끝에선
    송알송알 땀 영그는 소리

    눈 덮인 텃밭에선
    쫑긋쫑긋 마늘순 기지개 켜는 소리

    깨어진 얼음 사이론
    낮게 흐르는 피아노 소리

    강바람에 실려오는
    산까치 짝꿍 부르는 소리에
    매화와 산수유 입술 터졌다.
    (강대실·시인, 1950-)


    + 강철 새잎

    저거 봐라 새잎 돋는다
    아가 손마냥 고물고물 잼잼
    봄볕에 가느란 눈 부비며
    새록새록 고목에 새순 돋는다

    하 연둣빛 새 이파리
    네가 바로 강철이다
    엄혹한 겨울도 두터운 껍질도
    제 힘으로 뚫었으니 보드라움으로 이겼으니

    썩어가는 것들 크게 썩은 위에서
    분노처럼 불끈불끈 새싹 돋는구나
    부드러운 만큼 강하고 여린 만큼 우람하게
    오 눈부신 강철 새잎
    (박노해·시인, 1958-)


    + 봄 풍경

    싹 틀라나
    몸 근질근질한 나뭇가지 위로
    참새들 자르르 내려앉는다
    가려운 곳을 찾지 못해
    새들이 무작위로 혀로 핥거나 꾹꾹 눌러 주데
    가지들 시원한지 몸 부르르 떤다
    다시 한 패거리 새 떼들
    소복이 앉아 엥엥거리며
    남은 가려운 곳 입질 끝내고는
    후드득 날아오른다
    만개한 꽃 본다
    (신달자·시인, 1943-)



     
       
     






    본당 알림터 나눔터 그림터 믿음터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양현로 170 (이매동 106-1 번지)
    Tel: 031-703-4437  Fax: 031-707-6950  Email: bdpaul@casuwon.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