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헌장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체 문헌 16편 가운데 제일 먼저 반포된 문헌이다. 정식 명칭은 거룩한 전례에 관한 헌장. 거룩한 공의회(Sacrosanctum Concilium)(이하 전례헌장 혹은 헌장)이다. 헌장은 공의회 제2회기 마지막 날인 1963년 12월4일 찬성 2147표 반대 4표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돼 반포됐다. 트리엔트 공의회(1545~1563)는 프로테스탄트 개혁으로 촉발된 교리 문제와 교회 개혁 문제를 다룬 공의회로 16세기 프로테스탄트 개혁 이후 가톨릭교회의 신앙을 쇄신하고 교회 생활을 개혁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이후 1962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열릴 때까지 거의 400년 동안 교회와 신자들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폐막 400년이 되는 날이었다. 말하자면 트리엔트 공의회 이후 400년 동안 변하지 않던 전례가 ‘교회 생활의 쇄신’을 주된 목적으로 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첫 번째 결실인 전례헌장을 통해 쇄신의 전기를 마련한 것이다.
사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교회 생활에서 보통 신자들이 피부로 느낀 가장 큰 변화는 전례 특별히 미사 전례에서였다. 대표적인 몇 가지를 들자면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에는 지금처럼 제단에서 신자들을 마주보고 미사를 드리지 않았다. 제대는 성당 제단 앞 벽에 붙어 있었고 사제는 신자들을 등진 채 성찬례를 거행했다. 미사를 우리나라 말로 드릴 수 있게 된 것도 공의회 이후였다. 그 전에는 모두 라틴어로만 미사를 드렸다. 영성체 때 손으로 성체를 모시는 것 역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의 변화다. 그 전에는 모두 입으로만 성체를 모셨다. 이 모든 것이 전례헌장이 가져다 준 변화였다.
전례헌장의 내용을 살펴보기에 앞서 간략하게나마 전례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전례(典禮)는 쉽게 교회 안에서 이뤄지는 종교적 의식이나 예식을 뜻한다.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전례는 ‘교회의 공적 예배’를 가리킨다.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예식이 교회의 공적 예배인 전례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기준을 채워야 한다. ① 교회 공동체의 공적인 예배여야 하고 ②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또는 교회의 이름으로 하느님께 바치는 예배여야 하며 따라서 ③교회가 합법적으로 위임한 집전자가 ④교회가 정한 예식서에 따라 바치는 예배를 전례라고 한다.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을 때는 전례가 아니라 신심 행사라고 부른다.
이 기준에 따른 대표적인 전례로는 미사를 포함한 일곱 성사가 있다.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바치는 성무일도 즉 시간 전례도 전례다. 이 밖에 성전 봉헌식 수도자 축성식 같은 축복 예식도 전례에 해당한다. 하지만 신자들이 즐겨 바치는 십자가의 길 기도 묵주기도 성모의 밤 행사 성령 기도회 등은 엄밀한 의미에서는 전례가 아니라 신심 행사에 해당한다.
전례 특히 성찬의 희생 제사 통해 구원 이루어져
전례헌장은 서론과 본론 7장에 전체 130개 항과 부록으로 이뤄져 있다. 서론에서는 전례 헌장을 제정 반포하게 된 취지를 설명하면서 교회 안에서 전례가 차지하는 위치와 다른 예법과의 관계에 대해 언급한다(1~4항). 제1장은 전례 쇄신과 증진을 위한 일반 원칙을 크게 다섯 측면에서 제시하고 있고(5~46항) 제2장은 가장 중요한 성체성사에 대해 할애한다(57~58항). 제3장에서는 다른 성사와 준성사들을(59~82항) 4장은 성무일도(시간 전례)에 대해(83~101항) 살핀다. 5장은 전례주년에 대해(102~111항) 6장과 7장은 각각 성음악과(112~121항) 성미술과 성당 기물에 대해(122~139항) 각각 다룬다. 그리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달력 개정에 관한 선언을 부록으로 담고 있다.
전례헌장의 서론은 헌장의 목적과 함께 교회 안에서 전례가 차지하는 위치 전례헌장과 다른 예법과의 관계 등에 대해 밝힌다. 교부들은 먼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자체의 목적을 제시하면서 전례헌장 목적 또한 그 맥락 안에 있음을 밝힌다(1항). 그것은 △신자들 사이에서 그리스도교 생활을 나날이 발전시키고 △교회 생활과 관련해서 변경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시대의 요구에 더 잘 적응시키며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이들의 일치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을 증진하고 △모든 이를 교회의 품으로 부르는 데에 이로운 것은 무엇이든 강화하는 것이다. 전례헌장을 통해 제시하고자 하는 “전례의 쇄신과 증진”도 바로 이를 위한 것이다.
헌장은 이어 교회의 신비 안에서 전례가 차지하는 위치에 대해 설명한다(2항) “전례는 신자들이 그리스도의 신비와 참 교회의 진정한 본질을 생활로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드러내는 데에 가장 크게 이바지한다.” 왜? “전례를 통해서 특히 거룩한 성찬의 희생 제사(미사)를 통해서 신자들의 구원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전례는 신자들을 하느님 성전으로 성장시켜
그렇다면 교회의 신비 혹은 특성이란 무엇인가. 헌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인간적인 동시에 신적이며 △보이면서도 보이지 않는 것을 지니고 △활동적이면서도 관상적이고 △세상에 현존하면서도 세상의 나그네로서 살아가는 것이다. 헌장은 계속해서 “이렇게 교회 안에서 인간적인 것은 신적인 것을 지향하고 또 거기에 종속되며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을 활동은 관상을 현존하는 것은 우리가 찾아가는 미래의 도성을 지향한다”고 밝힌다. 이것이 교회의 특성이다.
그런 다음 헌장은 전례의 역할을 제시한다. 전례는 △신자들을 하느님의 성전으로 성장시키며 △그들이 그리스도를 선포하도록 힘을 북돋아 주고 △교회 밖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구원의 표징이 된다.
공의회 교부들은 이어 전례헌장이 제시하는 전례 쇄신과 증진의 원칙이 적용되는 범위 혹은 적용 기준에 대해 설명한다(3~4항). 전례헌장에서 제시하는 실천 규범들이 “사안의 본질상 다른 예법들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들에 대한 것이 아니면 오로지 로마 예법에 관련되는 것으로 알아들어야 한다”(3항)는 것이다. 아울러 “자모이신 거룩한 교회가 합법적으로 인정한 모든 예법을 동등한 권리와 영예로 존중한다”(4항)고 선언한다.
여기서 ‘예법’이란 쉽게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가톨릭교회 안에서 모든 전례 양식이 똑같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이는 그리스도 교회의 발전과 무관치 않다. 예루살렘에서 교회가 시작되고 점차 이웃으로 확산되면서 교회가 생기는 각 지역마다 그 지역 고유한 문화와 풍습을 적용한 전례 양식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 전례 양식을 크게는 동방 전례와 서방 전례로 구분할 수 있다. 로마를 중심으로 동쪽 지역 교회에서 사용하는 전례를 동방 전례 로마와 그 서쪽 지방에서 사용하는 전례를 서방 전례라고 부른다. 동방 전례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고유한 양식의 전례가 발전했다. 이는 서방 전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지역마다 다른 전례 양식을 예법이라고 부른다.
동방 전례에서는 지역 교회의 고유한 예법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지만 서방 전례에서는 특히 트리엔트 공의회에서 전례의 혼란을 막고 통일성을 유지하고자 전례 개혁을 실시한 이후 대부분이 점차 자취를 감췄다. 현재 서방 교회 곧 로마 가톨릭 교회에서는 이탈리아 북부의 밀라노 교구와 일부 수도회를 중심으로 고유한 예법을 간직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로마 예법을 사용한다. 한국 천주교회는 물론 이 로마 교회의 전례 양식 곧 로마 예법을 사용하고 있다.
글 / 이창훈 알폰소 평화신문 편집국장
[출처]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5년 10월호 중